스페이스 재현


적막한 공간에 재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큼직한 백팩을 메고서.

기자 이영우 포토그래퍼 이준경 스타일리스트 김영진 헤어 한송희(빗앤붓) 메이크업 안성은(빗앤붓) 어시스턴트 윤지유

 

<HIGH CUT>과 NCT 재현의 첫 만남.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의 첫인상은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는 별명처럼, 참 말끔했다. 칭찬에 웃음이 터질 땐 보조개가 드러난다. 선글라스를 쓰거나 간혹 침묵할 때의 표정은 냉소적이다. 목소리는 잔잔하고 말투는 상냥하다. 자신을 대놓고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아도, 자꾸만 보게 만드는 매력. 북미 시장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NCT의 음악처럼, 재현의 존재감 또한 스멀스멀 주위를 잠식한다. 음색도, 퍼포먼스도 매력적이다. 컴백마다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고 직접 아이디어를 낸 유튜브 커버 영상은 두 달 만에 천만 뷰를 돌파한다. 재현은 어디서든 헤매는 법이 없다. 이 느낌 그대로를 털어놓았더니 "저를 두고 더 지켜보세요"라고 여유롭게 말하는,오래 두고 보고 싶은 재현과의 설레는 첫 대화. 기자 전혜진

 


-재현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첫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거예요. 배운 것도 많고, 내면도 더 성숙해지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여유로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면서요. 물론 연말엔 공연 준비하느라 엄청 바빴고요.

-화보 촬영이나 MC 활동처럼 팀이 아닌 홀로 뭔갈 해내야 할 때 더 긴장되진 않나요? 
긴장된다기보단, 더 여러 방면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인기가요> MC를 혼자 본다든지 할 땐, 멤버들이 응원의 문자나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해서 딱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일상이 화보잖아요. 특히 공항 패션이 매번 눈에 띄는데, '어떤 날은 어떤 걸 입어야겠다' 하고 결정하게 되는 기준이 뭐예요?
하하 출국할 땐 스타일리스트분들이 추천해주신 아이템을 주로 입지만, 그날그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포인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복과 적절히 믹스매치해요. 요즘에는 이상하게 '올블랙'이 끌리더라고요. 올블랙에 포인트 딱 하나?

-어떤 컨셉이나 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휙휙 바뀌는 편인 것 같아요. 흑발일 땐 시즈니들의 말처럼 '왕자님'같기도 하다가, 파란색으로 탈색하면 '나쁜 남자'였다가 하는?
하하 일단 감사해요. 말씀해 주신 건 굉장히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얼굴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참 재밌어요. 그때그때 변화하는 것. 센 것도, 힙한 것도, 포근한 것도, 너드한 것까지… 모든 컨셉을 좋아해요.

-NCT의 음악이 글로벌 무대로 더욱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사실 데뷔할 때부터 글로벌 무대를 목표로 한 그룹이라, 성취감이 더 클 것 같아요. 지금의 속도에 만족하나요?
예상하거나 계획했던 속도 같은 건 없었어요. 그래서 이게 빠른 건지 느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꾸준히 뭔가가 늘어간다는 건 느껴져요. 성취감도, 공연할 때마다 조금씩 더 많은 팬분이 응원해주시는 것도 그렇고요. 조금씩은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돼요.

-해외 시장에서 K팝이 붐이라고는 하지만, NCT의 음악이 유독 잘 통하는 비결은 뭘까요.
음… 처음에는 '네오'한 컨셉이라고 많이 설명드렸어요. 그걸 쭉, 우리의 컨셉으로 밀고 나가다 보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더라도 두려움이 덜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어 오늘 화보 컨셉도 '우주'가 키워드인, 어떻게 보면 난해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들에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나 계속해서 새롭게 도전하게 돼요. 그런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두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 '다양성'은 재현에게도 적용되나요? NCT의 각 유닛에서의 재현의 색깔은 매번 달라지는지도 궁금해요.
유닛마다 어떤 걸 강조하느냐에 따라 보컬적인 면, 퍼포먼스적인 면에 조금씩 다른 느낌을 내려 하는 것 같아요. 매 컨셉과 색깔에 어우러지게끔이요. 그래도 보컬적으로는 계속 저만의 톤을 가져가고 싶다고는 생각해요. 반면 어떤 역할이랄까, 생활적인 면에서는 저는 저대로 쭉, 계속 비슷한 것 같아요 하하.

-라우브의 'I Like Me Better'를 커버한 영상의 조회 수가 1400만을 돌파했어요. NCT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이기도 하고요. 이건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거예요?
그건 진짜 하하….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모습을 한 번쯤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이번 투어를 돌면서 영상으로 풀어내면 되겠다 싶었죠. 원래는 커버곡만 녹음했었거든요. 녹음본을 딱 받고 보니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입혀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직접 제안했어요. 감사하게도 영상도 잘 찍어주셔서… 하하.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투어 간 도시들이 영상에 담긴 모습처럼 다 그렇게 예쁘던가요?
사실 투어할 땐 정신이 없었어요. 대신 다른 촬영이 있을 때 좀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그때 그 도시들을 즐겨보려 했던 것 같아요. 이번 투어 하면서 유럽에는 처음 가봤거든요. 너무 좋더라고요. 거리도 예쁘고 야경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서… 꼭 여행으로 가서 맘껏 돌아다녀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요즘은 복싱에 꽂혔다면서요?
시작한 지는 석 달 정도 됐어요. (한참 줄넘기하고 있겠네요?) 맞아요 한창 했었죠 하하. 지금은 기술도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관장님께서 잘 맞는 운동인 것 같다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더 재밌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운동을 원래부터 좋아하기도 했고 복싱도 살면서 한 번은 꼭 배워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시간이 좀 생긴 덕분에 바짝 해볼 수 있었어요.

-왠지 복싱은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릴 것 같은데…
아니 진짜, 처음에는 수업 끝나고 나면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예요. 핸드폰 만지는데 덜덜덜… 하하. 그래도 하고 나면 뭔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전엔 어떤 운동을 주로 좋아했어요?
저는 무조건 구기종목이요. 학교 다닐 때도 축구, 농구, 배드민턴을 주로 했어요. (축구 포지션이 궁금한데?) 약간 미드필더에서 좀 더 나가는? 근데 사실 학교 축구라서… 뭐 포지션이 그렇게 크게 의미는 없었어요 하하.

-상상만 해도 정말 인기 많았겠다 싶네요.
음… 남자 친구들한테 많았던 것 같은데 하하.

-팬들이야 재현의 매력을 속속들이 다 알겠지만, 대중은 재현에게서 '얼굴 천재'나 '엄친아'와 같은 수식어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아요. 근데 아직 다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도 그럴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런 별명들이 감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저를 두고 지켜보세요. 그러면 더 많은 모습을 알게 되시지 않을까….

-'오래 봐야 더 예쁜' 스타일인가요? 하하. 오랜 친구들은 재현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요?
이게 사실… 제 첫인상에 대한 얘기와 오래 본 친구들이 하는 얘기가 좀 다르더라고요. 하하. 저는 뭔가 더 가까워질수록 더 편해지는 편인 것 같아요. 더 편해지면 더 많이 내려놓는다고 해야 하나?

-재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그걸 최근에 또다시 확실히 느낀 때가, 투어 공연하고 나서예요. "와 진짜 가수하길 잘했다"는 걸 느꼈거든요. 정말 우리의 팬들만 있는 자리에서, 제 무대에서, 저만의 춤과 노래와 여러 가지 것들을 보여준 자리가 처음이어서요. 저를 응원해주고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뭐든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큰 힘이 돼요. 정말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거요.

-가족들은 아들이 가수가 될 줄 예상하셨대요?
아마 전혀…? 저도 사실 상상을 못 했거든요. 학교 축제 무대 나가는 정도는 좋아하긴 했지만, 직업이 될 줄은 몰랐어요. 중3 때 우연히 캐스팅됐고, 부모님도 그땐 "한 번 해봐"라고 하셨고 저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으니 "다녀올게요"라고 해버렸죠. 그 이후로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엄청 좋아해 주시겠네요?) 하하 그럼요. 사실 뭘 하든 너 하고 싶은 거 해, 하는 스타일이셔서.

-데뷔한 지 벌써 5년 차가 되었어요. 데뷔 초와 지금, 가장 변한 점은 무엇인가요?
와우 짝짝짝짝(갑자기 손뼉을 친다) 와… 진짜. 그 시간이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이젠 음악방송이 어색하지 않은 것, 편의점 갈 때 매니저 형과 같이 안 가도 되는 것? 지금은 편의점 정도는 혼자 갈 수 있어요 하하. 그런 것들 말고는 다 똑같아요. 마음가짐이라든지, 제가 느끼는 것들은요.

-NCT 재현이 완벽하게 정윤오의 일상이 된 거네요.
그렇죠. 근데 아직도 떨려요. 사실 데뷔 초에 가장 신경 쓰였던 것 중 하나가 너무 얼어버리는 거였어요. 카메라만 보면 굳어서 방송이건 무대건 뭐든 하고 나면 늘 아쉬움이 컸거든요. 그런 게 점점 풀리는 것 같아요. 조금씩 내려놓고 후회 없이 뭐든 잘해보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10년 차, 50년 차에도 지켜가고 싶은 재현의 모습이 있다면요.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요. 주변 사람이 됐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뭔가가 됐든 감사함을 꼭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넘어가려 해요.

-남은 겨울과 새해, 실천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꼽아본다면?
데뷔하고 스키장을 아직 한 번도 안 가봐서… 원래 엄청 좋아하는데 보드나 스키를 이번에 꼭 타러 가고 싶어요. 새해 소망은 너무 많은데? 하하. 코드만 보고 반주 할 수 있게 피아노 연습해놓기.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기.

-재현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이 어떤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나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무조건' 몸은 추워도 마음은 굉장히 아늑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요리를 잘하잖아요. 해주고 싶은 요리는?) 모든 분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음… 핫초코? 그건 모두에게 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하이컷은 인터뷰 내용이 웹에 공개되지 않아서 한글자 한글자 직접 타이핑 했습니다. 이동시엔 꼭 블로그 혹은 트위터 @valentinesboy97 로 출처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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